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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기차여행> 서평

작성자
여민경
작성일
2020-09-17 08:08:58

 

주인공 오드리는 엄마인 수옥과 단둘 뿐인 가족이다. 나이는 들었지만 철이 덜 든 것 같은 엄마 때문에 오드리는 일찍 세상에 대해 깨치고 스스로의 앞가림을 위해 공부에 매진하며 덤덤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엄마가 곗돈을 들고 도망가버리고 그 때문에 집에 들이닥친 계원들 때문에 모든 것을 다 포기해버리고 싶은 마음 뿐이다. 무엇보다 큰 건 엄마가 자신마저 버리고 갔다는 것.

엄마가 결혼 하지 않은 상태로 자신을 낳아 키웠고, 그것이 제 몸을 함부로 굴린 댓가라는 생각-엄마의 예전 직업-에 은근히 엄마를 경멸하기 까지 했지만-내 느낌상- 막상 그런 엄마라도 버려지고 나니 오기도 생기고 왜 엄마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시달려야 하는지 분노도 치밀어 오른듯 하다. 그래서 계원들에게 엄마를 넘기기로 각서를 쓰고 엄마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친구 수연. 수연 역시 가족과 자신에 대해 쌓인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가출을 감행한 것.

서로 왕따아닌 왕따를 자처하는 두 여학생에게, 오드리는 믿을 건 자신밖에 없었고 세상에 오직 홀로서있는 느낌이었으며 수연은 자신의 인스타에 꾸준히 열렬한 댓글을 달아주는 '체셔고양이' 외엔 아무도 없다. 누구보다도 평범하고 싶다고 소리높여 외치는 그녀들이 서로 자신이 더 평범하지 않다고 배틀하는 듯 아웅다웅대는 모습은 웃음이 날 정도다.

그리고 이 어처구니없는 기차여행의 끝에 둘은 자신들이 믿고있었던 진실이 진실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세상에 부모는 커녕 인간답지 않은 부모들도 넘쳐나지만 이 책 속의 부모는 오드리와 수연이 믿고있었던 것처럼 자식에 대해 무심하지도, 방치하지도, 무책임하지도 않다. 저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오드리와 수연을 아끼고 보살피고 있었으며 그녀들이 상처받지않을 수 있도록 애쓰고 있었다. 다만 문제는... 대화가 부족해 오해가 쌓였던 것.

소통이 중요한 시대라고 말한다. 이건 비단 정치권에서 여야가 서로를 비난할 때 쓰는 말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라면 어디에나 해당하는 얘기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서면 방만해진다.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건 가족이 아니라 나 자신 뿐이다. 아니 나 자신마저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할 때도 있지않은가. 왜 말해주지 않고 알아주길 바라는 거지? 왜 알아주지않는다고 상처받는거지?

사랑한다는 말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 그 진심을 앎에도 불구하고 서운하고 지쳐가는 것처럼. 이제는 가족끼리도, 아니 가족이기 때문에 말을 해야한다. 솔직하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버리거나 상처받지않을 수 있는게 가족이니까. 아니 설사 상처받더라도 뒤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보듬어줄 수 있는 것이 가족이니까.

책을 잡고 청소년 대상 소설임에도 생각보다 두꺼운 분량과 작은 활자에 놀랐지만 숨가쁘게 정신없이 읽어나간 책이다. 클라이맥스도 뚜렷하고 갈등을 해소해가는 과정에서도 억지스러운 것이 없어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독자마저 오드리에 이입하여 엄마를 비난하고 오드리를 동정하게 만들고, 결국엔 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 납득하게 만드는. 아~ 정말 대화가 중요하구나 끄덕거리게 만드는..

하지만 한가지 살짝 아쉬운 점은...그 의사선생님이 꼭 아빠여야했을까. 우연과 우연이 겹치면 운명일 수는 있지만 이게 현실이 아닌 소설이다보니 마냥 그들의 행복을 축하해 줄 수만은 없었다. 물론 '그래서 그들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결말을 장식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럽지만-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한게 아니다- 그냥 의사선생님이 아저씨1 정도의 배역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설마? 설마? 설마... 하다 진짜????가 아니라 에이~ 그럼 그렇지. 라는 걸 기대했던건.. 어쩌면 세상에 기적은 없다고 믿어버린 잃어버린 나의 순수성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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