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문예반

작성자
책씨앗
작성일
2019-08-01 17:36:47

십 대 문청들의 글쓰기를 통한 따뜻한 연대와 우정

[사춘기 문예반]




 

“내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니까”



외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인문계 여고 2학년 고선우는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선택해야 하는 동아리 활동이기에 짝꿍 주희가 이끄는 대로 문예반에 들어간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문예반원들의 첫 대면 시간. ‘문쌤’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문예반 담당 교사 문재일 선생님은 예상 밖으로 몰려든 문예반원들에게 “공부나 자습은 절대 하지 않으며 숙제도 많은 동아리이니 자신 없는 사람은 알아서 나가라”면서 난감해한다. 

문예반의 리더이자 선후배는 물론 동급생들에게도 흠모의 대상인 오미수를 비롯한 문예반원들의 열정적인 자기소개까지, 세상 모든 게 하찮고 시들하기만 한 고선우에게 문예반은 첫날부터 온통 거슬리는 일투성이이다. 외딴 섬처럼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 온 주인공 선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고생들의 우정과 연대. 그리고 마음을 치유하는 글쓰기에 관한 성장소설. 



십 대 문청들의 글쓰기를 통한 따뜻한 연대와 우정,

그 속에서 다시 꽃피는 꿈!

 

짧게 자른 머리에 교복은 항상 바지, 귀에는 빈 이어폰을 꽂고 주저흔 가득한 손목을 감추며 사는 열여덟 살 여고생 고선우. 돌봐주시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게임 중독자인 아빠에게 방치된 채로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보낸 어린 시절은 고스란히 상처로 남았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었지만 마음으로 의지할 곳이 생긴 것 말고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하여 어느 순간부터 세상 모든 일이 하찮고 시시해져 버린 선우에게는 도서관에 가거나 책을 읽는 것만이 유일한 낙이다. 그런 선우에게 딱 한 가지 바람이 있으니 열여덟 살 생일인 10월 24일에 번지점프를 뛰러 가는 것. 주저흔을 완벽히 끝내 버릴 특별하고도 비밀스러운 번지점프!

 

학기 초, 동아리 활동으로 짝꿍 주희를 따라 아무 의욕 없이 문예반에 들어간 선우는 그곳에서 문예반 담당 선생님인 ‘문쌤’과 모든 면에서 탁월한 성취를 보여 주며 전교생의 선망을 독차지하는 동급생 ‘오미수’를 만나게 된다. 합평 시간마다 날선 비판과 독설로 찬물을 끼얹는 선우에게 대부분의 문예반원들은 적대적이지만 미수는 선우의 세상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을 부러워하며 친구가 되기를 청해 오고 그런 미수가 선우도 싫지만은 않다. 그래서 미수가 활동했다는 온라인 글쓰기 카페 ‘시생사’에도 가입해 보고 미수가 읽고 있다는 책도 찾아 읽으면서 선우는 미수를 몰래 따라해 본다. 그러던 어느 날, 카페 시생사에 접속하자마자 한 통의 메시지가 날아들고 문쌤을 통해 미수에 관한 충격적인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마음의 근육을 키워 주고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글쓰기’


숙명적으로 세계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학창 시절, 대부분의 기성세대는 작품 속 문쌤의 가르침처럼 문예반 활동을 통해 인간과 세상에 대해 배우며 문학의 꿈을 키웠던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 기사에 따르면 서울 시내 120개 학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문예반이 남아 있는 학교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한다. 그 많던 문예반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앞으로 우리는 공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 하게 될 거야. 너희들이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상관없어. 내 관심은 오직 너희가 얼마나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 얼마나 인간의 고통이나 슬픔에 대한 이해가 넓고 깊은지, 얼마나 본질적 삶에 관심이 많은지…… 그것에만 집중할 거야. 알겠니?” -31쪽

“사람들은 크든 작든 누구나 고통을 안고 살아간단다. 하지만 충격이 크면 자신만의 언어를 잃어버리기 십상이지. 하지만 우리에겐 ‘글’이 있잖니? 세상에서 가장 귀한 소통의 도구이자 카타르시스의 매개체.” -92쪽


근래 몇 년 사이, 초중고 공히 ‘책읽기’를 교과과정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지만 읽기는 물론 함께 가야 하는 글쓰기마저 평가 시스템에 맞춰 획일화되어 버린 듯하다. 입시전쟁에 매몰된 교육의 장 안에서 ‘깊이 읽고 개성 있게 쓰기’는 이제 불가능한 현실일까.

현직 국어교사이기도 한 작가의 두 번째 청소년소설인 『사춘기 문예반』은 평범한 인문계 여고 동아리인 ‘문예반’을 배경으로 상처투성이 사춘기 여고생들이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고통, 슬픔, 상처를 산문과 소설, 시 등 자유로운 형식으로 드러내며 서로 위로하고 연대하는 문예반 소녀들을 통해 우리는 날로 황폐해져 가는 오늘의 교육 현장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작품을 읽고 나면 글쓰기야말로 “자신을 지켜 나가는 힘,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손길”이라는 작가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글쓴이의 말]

요즘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돈과 꿈과 재능에 관한 것이다. 문제는 가진 재능을 펼쳐 볼 수도 없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 힘겹게 버티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꿈과 재능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죽음을 먼저 생각한다. 습관처럼 행해지는 자해, 왕따와 폭력 등 학교 문제의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크고 작은 상처를 글쓰기의 질료로 삼아 서로를 보듬고 일어서고자 애쓰는 문예반 소녀들이다. 이들은 아픔과 고통을 멍에처럼 짊어지고 살아간다.
나는 작품 속 문예반 소녀들처럼 글쓰기가 오늘의 청소년들에게 자신을 지켜 나가는 힘,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손길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차례]

번지점프를 좋아하세요? 6 | 그들만의 리그 18 | 잔챙이들의 소굴 38 | 삶이 허구였으면 좋겠네 59 | 상처는 나의 힘 81 | 저물지 않는 한여름 밤 99 | 인디언의 달력, 8월 124 | 카페 시생사 143 | 바코드로 읽는 세상 167 | 다른 반 학생 출입금지 198 | 흔들리는 너의 눈빛 217 | 꽃의 분절 236 | 내 등껍질로 흘러드는 물방울 248 ∥ 글쓴이의 말 266



[본문에서]

“앞으로 우리는 공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 하게 될 거야. 너희들이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상관없어. 내 관심은 오직 너희가 얼마나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 얼마나 인간의 고통이나 슬픔에 대한 이해가 넓고 깊은지, 얼마나 본질적 삶에 관심이 많은지…… 그것에만 집중할 거야. 알겠니?” -31쪽

나는 무심히 손목에 붙인 밴드를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너덜거리던 밴드가 떨어지며 손목에 그어진 자잘한 주저흔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울하거나 불안해지면 닥치는 대로 집어서 그었던 자해의 흔적이었다. -40쪽

“사람들은 크든 작든 누구나 고통을 안고 살아간단다. 하지만 충격이 크면 자신만의 언어를 잃어버리기 십상이지. 하지만 우리에겐 ‘글’이 있잖니? 세상에서 가장 귀한 소통의 도구이자 카타르시스의 매개체.” -92쪽

나는 이들 부부에게서 처음으로 제 몸 놀려 일하는 사람의 건강한 행복을 느꼈다. 내 안에 선함이 있다면 그지없이 닮고 싶은 모델이랄까. 우직하면서도 서로를 잘 챙겨 주는 살뜰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125쪽

나는 미수의 눈빛을 오래오래 바라봤다. 멋진 아이구나. 행복해 보였다. 이런 아이라면 어떤 어려움이 닥친다 해도 나처럼 죽을 날만 세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141쪽

“선우야, 공부 잘하는 아이들,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 아이들 부러워하지 마라. 그들 중에는 자기가 왜 대학을 가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애들이 태반이야. 난 목적 없이 공부하는 애들보다 너처럼 치열하게 자기 삶을 버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그래야 나중에 좋은 글이 나올 테니 말이다.” -187~188쪽

세상의 일들 중에 선의를 베푼 뒤 뒤통수 맞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피해자라고만 생각했던 내가 본의 아니게 누군가의 뒤통수를 치게 될 줄은 몰랐다. 나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된 점장님. 세상은 알면 알수록 더 이해하기 힘든 거대한 블랙홀이다. -197쪽

나는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죽음의 의미를 다시 새기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몰려서 죽는 죽음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고 말야. 비겁한 거지. 나는 용기 없는 겁쟁이였던 거야. 한편으론 우리가 죽음에 집착하는 건 어쩌면 삶에 대한 열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죽고 싶은 만큼 살고 싶은 마음 말야. -254쪽

사막 같은 세상에 웅크려 앉은 내 등껍질에 흘러드는 물방울. 그 머나먼 수원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면 할아버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수, 문쌤과 문예반 아이들. 이들이 뿜어내는 따뜻하고 맑은 물방울을 받아먹으며 10월은 지나갔고 나는 기어이 살아남았다. -265쪽



[작가 소개]

장정희 | 입만 열면 아이들에게 ‘꼴린 대로 살자!’, ‘공부보다 연애를!’, ‘모범생은 위험하다!’, ‘기꺼이 고독!’을 주창하는 불량 교사. 하지만 몸과 마음이 아픈 아이들에게 전전긍긍 한없이 마음을 쓰는 소심한 사람. 소설가와 국어교사로 사는 두 배의 행운을 누리면서도 더 괜찮은 작가, 더 친절한 선생이 되고 싶은 욕심쟁이.
기교보다 진솔함이 좋은 글의 덕목이라고 생각하며 그동안 소설집 『홈, 스위트 홈』, 느림에 관한 여행에세이 『슬로시티를 가다』, 청소년소설 『빡치GO 박차GO』 등을 펴냈다. 현재 광주대광여고 교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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