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서른두 번째 소설선, 서유미의 <우리가 잃어버린 것>.
2007년 등단한 이후 현대인의 방황하는 인간 내면에 집중하며 정직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내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왔던 작가의 이번 신작은 2020년 『현대문학』 3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이다. 결혼과 출산 후 익숙한 세계에서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는 경계에 선 여성이 느끼는 불안한 내면을 섬세하고 담담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화려한 자본주의의 산물인 백화점이란 공간 안의 인간 군상을 날카롭게 파헤친 <판타스틱 개미지옥>, 인생의 수많은 길 위에서 여전히 방황하는 서른셋 여성의 일상을 그린 <쿨하게 한걸음>. 2007년 두 편의 장편소설로 화려하게 등단한 서유미는 이후 두 편의 소설집과 네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하며 독특한 시선으로 ‘서유미 스타일’을 창조해냈다.
그런 그가 발표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결혼 후 직장, 가족, 친구라는 기존에 있어왔던 세계를 그리워하면서도 새로운 환경으로부터 벗어나지도 적응하지도 못하는 주인공의 현실을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얼핏, 재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한 여성의 평범한 이야기로 읽히는 이 소설은,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일상성 속에 숨어 있는 주인공 경주로 대표되는 ‘경단녀’들의 내밀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 서유미
2007년 문학수첩작가상을 받으며 등단. 같은 해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았다.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 《끝의 시작》 《홀딩, 턴》이 있고, 중편소설 《틈》 《우리가 잃어버린 것》, 소설집 《당분간 인간》과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