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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대유행 속에서

작성자
책씨앗
작성일
2020-06-05 10:32:49


혐오의 대유행 속에서
: ‘위기와 연대’를 주제로 한 아동문학 이야기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옵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즉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합니다. 그 길목에 생물학적 차원의 바이러스 말고도 감정적 차원의 혐오 바이러스가 가로놓인 탓이지요. 사태에 대한 불안감을 타인, 타지, 타국을 향한 비난으로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며,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은 ‘혐오 팬데믹(Pandemic)’이라는 또 하나의 사태를 야기했습니다. 혐오는 자신이 속한 무리 주위에 경계선을 긋고, 경계 바깥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그러나 경계 없는 바이러스 앞에서 배제와 혐오가 과연 어떤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가족, 세대, 빈부, 장애, 국가, 나아가서는 종(種)의 경계를 넘은 연대의 힘이야말로 위기를 극복할 실마리일지 모릅니다.
 
*우지현 평론가의 추천평 전문은 『창비어린이』 2020년 여름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나는 개다』 

어린이>초등 1~2학년


백희나 그림책, 책읽는곰 2019

 

대한민국 대표 그림책 작가 백희나가 들려주는
또 하나의 가족 이야기

구슬이는 개입니다. 낳아 준 엄마는 동네 슈퍼집 방울이지만, 길러 주는 건 인간 ‘아부지’입니다. 입양되었기 때문이지요. 엄마는 개, 아빠는 인간인 구슬이의 가족 관계는 조금 복잡합니다. 방울이가 낳은 길 위의 무수한 형제자매들이며 인간 형제인 동동이까지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모두가 구슬이의 가족입니다. ‘가족’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그 외연을 넓혀 온 백희나의 작품 세계에서 이제 가족의 범위는 동물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은 인간의 삶과 정서를 풍요롭게 하지만 정작 재난의 상황이 되면 가장 먼저 외면받고는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백희나
가 담아내는 가족의 의미를 곰곰이 새겨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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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기린 씨, 타세요!』 

어린이>초등 1~2학년 

이은정 동화, 윤정주 그림, 창비 2014

목기린 씨를 위한 마을버스 만들기 대작전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법을 알려 주는 이야기

목기린 씨는 매일 마을 회관에 편지를 보냅니다. 주민 모두가 이용하는 마을버스를 목기린 씨는 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버스는 아기 다람쥐가 탈 수 있는 좌석도 갖추었고, 돼지도 탈 수 있을 만큼 튼튼하게 설계되었지만 기린을 위한 자리는 없습니다. 버스를 개조하는 것은 꽤나 골치 아픈 일이어서 고슴도치 관장은 목기린 씨의 딱한 사정을 못 본 척 외면합니다. 과연 목기린 씨에게도 마음껏 버스를 탈 수 있는 날이 올까요?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소망인 경우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모두의 일상이 예측 불가한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기에, 그 흐름에서 소외되는 이가 없는지 주변을 세심히 살펴야겠습니다.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어린이>5~6학년 

김려령 장편동화, 장경혜 그림, 문학동네 2011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
서로에게 건널목이 되어 주는 사람들의 연대

여기 ‘건널목 씨’가 있습니다. 건널목 씨는 건널목이 없는 동네에 직접 만든 이동식 건널목을 놓아 사람들을 돕습니다. 그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교통사고로 아이들을 잃은 후부터입니다. 건널목 씨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의 건널목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부모의 부재나 불화로 아파하는 아이들이 그 시기를 잘 건널 수 있도록 온정의 손길로 보살피는 것이지요. 신기한 것은 그 일을 통해 건널목 씨 자신도 치유된다는 겁니다. 또래 관계도 혈연관계도 아니지만, 이들은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에 서로에게 건널목이 되어 줍니다. 아픔을 아는 자들의 연대.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한 모습입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 

어린이>초등 5~6학년

김중미 장편동화, 송진헌 그림, 창비 2000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는 사람들
그들 삶의 궤적으로써 증명해 보이는 공동체의 가능성

괭이부리말은 독특한 지역입니다. 인천이 개항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이곳에는 식민지 노동자, 전쟁 피란민, 이농민 등 힘없고 가난한 이들,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삶을 꾸려 왔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또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지만 비슷한 처지 아래 살아가는 이들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상처를 보듬습니다. 쌍둥이 숙자와 숙희, 동수와 동준이 형제, 명환이, 호용이, 영호 삼촌, 그리고 김명희 선생님은 출신, 나이, 성별, 혈연을 뛰어넘은 끈끈한 공동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그들 삶의 궤적으로써 증명해 보입니다. 

  

『슬픈 나막신』

어린이>초등 5~6학년

권정생 장편동화, 우리교육 2007

 

어려운 시절을 함께 이겨 내는 사랑과 연대의 힘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도쿄 시부야 혼마치(本町) 일대에 조선인 이주 노동자들과 일본인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별다른 갈등 없이 지내다가도 국적이 거론되기만 하면 날을 세웁니다. 어른들에게 ‘조선인’이냐 ‘일본인’이냐의 문제는 극복할 수 없는 장벽과 같지요. 이 문제를 두고 다투는 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다가도 왁자지껄 떠들고 놀며 어려운 시절을 함께 이겨 냅니다. 오늘 싸워도 내일이면 한데 어울리는 이들은 조선인, 일본인이기 이전에 그저 천진한 아이들입니다. 국경을 넘은 인류애. 어른들에게도 어려운 이 사랑의 형태를 아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실천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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