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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주는 문학적 자극

작성자
책씨앗
작성일
2020-12-11 11:00:25

그림책이 주는 문학적 자극 

김수정

그림책은 동화책과 어떤 점이 다를까요? 그림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동화책과의 차별점은 바로 ‘글과 그림의 상호 작용’입니다. 스웨덴의 문학 연구자 마리아 니콜라예바(Maria Nikolajeva)는 『아동문학의 미학적 접근』(조희숙 옮김, 교문사 2009)에서,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라는 두 개의 매체로 전달되는 정보의 상호 작용으로 의미가 창출되는 아주 특별한 예술 형식”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지난 계절 출간된 그림책 중 글과 그림이 매력적으로 연결되며 깊은 여운을 남긴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 김수정 수정에디션 대표의 추천평 전문은 『창비어린이』 2020년 겨울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猫生(묘생)이란 무엇인가』

초등>전학년

이영경 지음, 고래가숨쉬는도서관 2020


 

‘살아간다는 것’의 순리를 숙고하게 하는 작품

책의 첫 문장은 “어떤 모양으로 할까…… 고르고 고르다가”입니다. 이 짧은 글 옆에 흩어져 있는 낡고 빛바랜 종이들에는 추상적인 도형이나 고양이 얼굴을 한 쥐, 거북이, 사자, 말 등이 그려졌지요. 과연 화자가 ‘어떤 모양으로’ 골랐을까, 궁금해하며 페이지를 넘기면 “이러고 찾아 왔습니다.”라는 글 아래 작은 줄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독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른쪽 면에 그려진 집 안에서는 활짝 열린 창문을 통해 바깥을 내다보던 두 사람이 어서 오라며 고양이를 반깁니다. 범상치 않은 도입부가 매력인 이 책은 글이나 그림만으로는 이야기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글과 그림이 시종일관 의미를 주고받으며 이야기의 리듬을 조절하기 때문이지요. 작품의 말미, ‘아빠’는 고양이에게 계속 묻습니다. “너, 묘생이 뭐라고 생각하냐.” 작가도 정확한 답을 내놓지는 않지만, 무언가를 억지로 하려 들지 않고 일상을 꿋꿋이 살아가다 죽는 것이 인생이고 ‘묘생’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유아>4~7세

고정순 지음, 만만한책방 2020


 

죽을 자리를 찾아다니는 늙은 산양의 이야기

이 책은 “산양이 있었지. 젊고 멋졌던.”이라는 짧은 글과 양면에 걸쳐 그려진 카리스마 넘치는 산양 그림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다음 장에서 곧바로 “이제 지팡이 없이는 한 걸음도 걷지 못하는 늙은 산양이 되었지.”라는 글과 함께 마르고 힘없어 보이는 늙은 산양이 오른쪽 면 하단에 작게 그려져 있습니다. 광활한 좌우 페이지의 여백은 바로 앞면에서 본 젊고 멋진 산양을 떠올리게 하며 헛헛한 느낌을 주지요. 늙은 산양은 삶이 끝까지 자신의 의지대로 나아간다고 믿으며 멋지게 죽을 자리를 찾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산양의 마지막 모습이 독자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바다에서 M』

유아>4~7세

요안나 콘세이요 지음, 사계절 2020

 

성장기 소년의 감정을 파도에 빗댄 아름다운 작품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할 때를 아는 듯 페이지 사이를 자유롭게 들고 나는 글, 그리고 아름다운 그림이 독자의 마음을 파도에 맡기도록 하는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접혀 있던 날개 페이지를 펼치면 모래성 세계가 나오는데요, 작가는 이 책의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이 세계에는 스스로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갈망과 그리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누구나 그 그림에서 자신의 것을 찾아낼 수 있다고도 했지요. 물론 그것은 모래성처럼 스러질 수도 있습니다. 소년이 모래사장에 묻었다던 주황색 공룡처럼 말이지요. 

 

『별이 내리는 밤에』

유아>4~7세

센주 히로시 지음, 열매하나 2020

 

별똥별을 쫓아 하룻밤의 모험을 떠나는 어린 사슴 이야기

이 작품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도 우주’라는 작가의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인 센주 히로시(千住博)는 우리 안에 있는 우주를 은하수처럼 빛나는 밤하늘과 그 하늘을 비추는 강으로 표현했지요. 그래서 강변을 따라 이동하는 아기 사슴은 꼭 은하수 주변을 걷는 것처럼 보입니다. 작가는 글로 묘사할 법한 주인공의 감정과 그가 처한 상황을 온전히 그림으로 보여 주는데, 하늘의 색과 별의 움직임으로 아기 사슴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달 밝은 밤』

초등>1~2학년

전미화 지음, 창비 2020


 

“나는 나를 믿을 것이다”

슬픔을 끌어안으며 성장하는 순간

알코올 중독자인 아빠의 술주정, 가족의 생계를 힘겹게 책임지는 엄마의 한숨, 둘의 부부 싸움이 이어져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면 아이는 늘 달을 바라봅니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며칠 동안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뒤, 이제 아이는 더 이상 부모를 믿지 않기로 합니다. 그리고 결심한 듯이 묵직한 한 마디를 외칩니다. “나는 나를 믿을 것이다.” 이 책이 아동 방치 및 학대를 다룬 여타의 그림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 스스로 그 수렁을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하는 결말입니다. 나 자신을 믿기에, 나를 위로해 주던 밤하늘의 달을 보며 ‘살 수 있다’고 결심하는 아이의 마음이 깊이 이해되면서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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