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시각, 새로운 감수성

작성자
책씨앗
작성일
2019-06-19 10:37:50


  

 

『망나니 공주처럼』

 

어린이▶ 초등 1~2학년

이금이 동화, 사계절

 


 

씩씩한 공주가 섬세한 왕자를 만난다면?

드레스를 벗어 던진, 백마 탄 공주 이야기

 

신민경 이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면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과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져요. 아이들이 이야기를 듣다가 “어머, 어떡해.” 하고 추임새를 넣는 장면도 떠오르고요. 이 책에서는 선생님, 할아범, 자두 할머니가 번갈아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말하는 사람마다 각자 강조하는 지점이 달라요. 인물이나 사건 자체보다는 이야기를 듣고 들려주는 입장 차이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

 

유지현 저는 처음부터 재미있었어요. 이 동화의 주제가 다분히 의도적인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오늘날 필요하고 주목할 만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남녀의 성 역할을 전환하고, 공주 역할을 전복해 ‘나다움’을 찾아가는 이야기라서 좋았어요. 많은 어린이 친구들과 이 책을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오세란 구술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역할 놀이가 내포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겠네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의도적으로 기획되었다는 인상도 들지만, 이런 동화는 남녀 사이에 기울어진 저울의 균형을 맞추는 데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


어린이▶ 초등 3~4학년

신현이 동화, 문학동네

 


 

콕콕, 심장을 두드리는 작은 목소리

우리는 이 기쁨들을 꼭 붙잡아야만 해!

 

신민경 아주 내성적이고 둘이서만 조용조용 대화를 나누는 아이들을 동화에 등장시켜서 그들이 보고 느낀 것을 이토록 아름답게 펼치는 작품은 드물다고 생각해요. 마치 하늘하늘한 손가락으로 심장을 톡톡 건드리는 것만 같았어요. 저는 이 책의 장점이 인물의 마음이나 행동을 아주 세심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따라가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인간 존재에 대한 작가의 지극한 사랑이 동화로 표현되어 기뻤어요.

 

유지현 자녀들과 함께 독서를 한 양육자 분들은 이 책을 좋게 읽으셨더라고요. 촘촘하면서도 느슨하고 아름다운 정서가 마음에 드셨던 것 같아요. 이 책은 제목을 읽는 순간부터 질문을 품게 되어요. ‘아름다운 것은 뭘까?’ ‘자꾸 생각나는 것이 아름다운 것일까?’ 등 잇달아 질문을 떠올리면서 서사를 따라가게 돼요. 

오세란 묘사가 좋아서 삽화가 없어도 교문 앞이나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죠. 글이 자꾸 그림을 그리도록 이끌어요.

 

『도깨비가 없다고?』


어린이▶ 초등 전학년

권영상 동시집, 사계절

 


 

도깨비가 있다고?

이상하고 신비로운 도깨비 동시집

 

오세란 도깨비라는 소재만으로 50편의 동시를 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권영상 시인이 그걸 해냈어요. 어떤 시에서는 도깨비가 내 동생이나 친구 같다가 또 어린이 같고, 어떤 시에서는 전설 속 환상의 존재 같고, 어떤 시에서는 옛이야기의 어리석은 호랑이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신민경 도깨비로 이렇게 여러 편의 동시를 쓸 수 있다니, 새로운 발견이었어요. 주변의 아이나 어른 들이 모두 도깨비가 될 수 있다는 관점으로 대상의 특징을 끄집어내 시로 쓴 점이 좋았어요. 「깡통」은 깡통이라는 흔하디흔한 사물을 어린 도깨비로 바라보는 점이 재밌었어요. 「나 모르는 사이」는 연필을 귓등에 꽂아 뒀다 종종 까먹는 일을 도깨비의 장난이라고 여기는 발상이 신선했어요.

 

유지현 ‘동시’ 하면 어린이 생활 위주로 그려진 작품이 주로 떠오르는데, 어른들 입장에서도 친숙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른과 아이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는 동시집이에요. “도깨비가 없다고?”라는 제목은 이제는 도깨비를 믿지 않는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우리들을 뜨끔하게 하면서도 궁금증을 유발해요. 어른들에게도 또 다른 세계가 있다고 말해 주는 것만 같아요.

 

『내 심장은 작은 북』

 


어린이▶ 초등 4~6학년

송현섭 동시집, 창비




전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상상력!

어린이의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동시집

*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시 부문 대상 수상작

 

오세란 동시가 계속 새로워지고 있는데, 거기에 또다시 새로움을 더한 동시집이에요.  가령 「식탁보」는 깨끗한 식탁보 위에 물 한 컵 쏟아 버리고 싶은 마음, 곧 질서 있고 착하게 살아야만 하는 세계를 전복시키고 도발하고 싶어 하는 마음과 통하잖아요. 「수족관」에서도 선한 이야기만을 믿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반기를 드는 태도를 엿볼 수 있었어요.

 

유지현 동시단에 정말 새로운 분이 나타나신 것 같아요. 제목과 표지를 보고는 무척 서정적인 동시들이 수록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첫 작품이 「뱀 쇼」라서 헉 하고 놀랐잖아요. 동시라고 하면 순수함이 가득한 아름다운 세계를 떠올리기 십상인데, 이 동시집은 ‘그런 것만이 동심이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느낌이 가득해요.

신민경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 이전에 동시가 담아야 하는 가치나 세계관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우주로 가는 계단』


어린이▶ 초등 5~6학년

전수경 장편동화, 창비

 


 

과학을 사랑하는 소녀, 우주의 비밀을 밝히다!

SF 문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동화의 탄생

*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오세란 과학 이론과 이야기 설정을 억지로 연결하면 부자연스러워지기 마련인데 이론이 동화 사이사이에 적절하게 들어가 있어요. 과학 이론을 건너뛰어 읽거나 질리기는커녕 도리어 이를 더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요.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관계도 참 좋았어요.

 

신민경 근래에 나온 장편동화 중 제일 좋았어요. 아파트 20층에서부터 걸어 내려오면서 이웃들의 대문을 묘사하는 첫 장면부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아파트라는 익숙한 공간을 이토록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다니요. 과학과 문학을 절묘하게 조합한 능력도, 하나도 어긋남 없이 펼쳐지는 추리 과정도 놀라웠어요.


유지현 문장들을 읽다 보면 작가가 얼마나 다정한 태도를 지니고 이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지가 느껴져요. 주인공이 상실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인데, 문장 하나하나가 독자까지 토닥여 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청소년▶ 중학생

황영미 장편소설, 문학동네

 

 

 

내가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관계의 피로함에 지친 모두를 위한 이야기

*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오세란 여학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우정 문제를 심각하거나 원색적으로 흐르도록 두지 않고, 1인칭 시점에서 주인공 다현이의 심리 상태를 차분하고 세밀하게 묘사한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유지현 ‘체리새우’가 껍질을 탈피하고 나오는 동물이잖아요. 타인과의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진짜 나의 내면을 찾는다는 작품의 메시지와 잘 맞아떨어지는 이미지 같아요. 그리고 이 책의 큰 장점은 정말 술술 읽힌다는 거예요. 청소년소설은 이렇게 술술 읽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신민경 아이들 세계에서 누군가가 한 사람을 싫어하면 군중 심리가 발동해서 나머지 아이들도 그걸 뒤따르는 정황을 잘 묘사했어요. 그럴 때 이유 없이 미움받는 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짠했어요. 그렇지만 이 작품에서 다현이가 결코 약한 아이는 아니라는 점이 좋았어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청소년▶ 중, 고등학생

김태호 외 소설집, 서유재

 


 

“너에게만 들려주고픈 비밀이 있어”

여섯 명의 작가가 함께 쓴 테마소설집

 

오세란 『아무것도 모르면서』는 여섯 명의 작가가 ‘고백’이라는 테마 아래 쓴 청소년 단편소설집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단짠단짠’이라는 평을 붙여 보았습니다. 어떤 작품은 무척 슬프고, 어떤 작품은 엄청 웃기더라고요. 흔히 고백이라고 하면 로맨스 등의 장르를 떠올릴 텐데, 통념에 얽매이지 않은 것이 장점입니다.

 

유지현 저는 이 작품이 ‘고백’이라는 소재 아래 쓰였다는 것을 다 읽고 난 후에 알게 되었는데요, 작가들이 뻔한 상상에 갇히지 않아서 장르적으로도 읽는 즐거움이 컸어요. 이 작품집에는 모두 성공이 아니라 실패와 상실을 겪는 주인공들이 나와서 여운을 남기잖아요. 성장소설 특유의 미덕이 잘 느껴졌어요.

 

신민경 개별 작품의 편차가 크지 않고 완성도가 고루 높은 단편집을 만나서 참 좋았어요. 특히 김태호 작가의 「콩」에서는 작가의 전작과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는 ‘콩’이라는 아이를 푹 삶은 콩이 아니라 톡톡 튀는 콩이라고 설명한 문장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콩이 건강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기더라고요. 박하익 작가의 「수정테이프 고치기」도 사람들의 관계를 문구 하나하나를 통해서 보여 주고, 이를 통해 교실을 사랑이 싹트는 공간으로 그려낸 점이 새로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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