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선 협궤열차에 얽힌 민족 수난사

[하늘로 날아간 꼬마 열차]

 


 

수인선 협궤열차인 꼬마열차에 얽힌 일제 강점기 시대의

민족 수난사를 의미 깊게 다룬 역사 판타지 동화

 

오래전 수원과 인천을 오가던 수인선 협궤열차는 여느 열차와 달리 객차가 아주 작았고 그리 길지 않아서 사람들에게 꼬마열차로 불리곤 했다. 꼬마열차에는 바다에서 잡은 해산물과 들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팔러 가는 장사꾼들이 떠드는 소리에 객실은 늘 시장처럼 시끌벅적거렸고, 수원과 인천을 오가는 학생들, 그리고 출퇴근하는 직장인들로 늘 붐볐지만 언제나 사람의 향기가 물씬 풍겨 나고 정감이 넘쳤다. 하지만 새롭게 전철이 다니고 자동차도로가 생기면서 꼬마열차를 타는 손님이 줄었고, 결국 운행이 중단되어 지금은 철도 박물관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추억의 열차가 되었다. 그런데 꼬마열차에게 이렇듯 아름다운 추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꼬마열차는 일제 강점기 일본이 우리나라를 손쉽게 침탈하려고 급하게 놓은 수인선을 오가며 강제 징용과 식량 자원 수탈, 그리고 소녀들을 위안부로 끌고 가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던 것이다. 

박경태 작가의 《하늘로 날아간 꼬마열차》는 수인선 협궤열차인 꼬마열차에 얽힌 일제 강점기 시대의 민족 수난사를 의미 깊게 다룬 역사 판타지 동화이다. 

이 책의 중심인물인 할아버지는 일제 강점기인 어린 시절을 슬픔과 아픔 속에서 살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의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 간다. 지금은 승객이 없어서 운행이 중단된 채 잊혀져가는 꼬마열차처럼 할아버지가 일제 강점기에 겪은 아픔은 조각난 퍼즐처럼 뒤엉킨 어렴풋한 기억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할아버지는 사라져가는 기억을 더듬으며 날마다 누군가를 기다리듯 들판에 나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꼬마열차가 다닌 철길 흔적을 따라 걷는다. 아들과 며느리가 말려도 뿌리치고 고집스럽게 들판으로 나오는 이유를 할아버지 자신조차 알지 못한다. 무엇이 할아버지를 철길 흔적이 남아 있는 들판으로 날마다 불러내는 것일까?

 

철길 흔적을 따라 들판을 걷던 할아버지는 어느 날 샛강 옆 언덕길에 앉아 꼬마열차가 오길 기다리는 낯선 사내아이를 만난다. 꼬마열차는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다고 할아버지가 말해 주지만 아이는 울먹이며 말한다. “할아버지 나빠요. 왜 자꾸 꼬마열차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열차는 올 거예요. 우리 엄마를 태우고 꼭 올 거라고요.”(본문 27쪽)

 

할아버지는 아이의 아버지가 일본군에게 끌려가 철길 공사에 강제로 동원되었고, 아이의 친구 아버지가 군홧발에 밟혀 허리뼈가 으스러져 다시 걸을 수 없게 됐다는 끔찍한 이야기를 듣고 몹시 괴로워한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할아버지는 심하게 아파 죽을 고비를 몇 차례 넘기며 병원에서 두 계절을 보낸다. 겨우 기력을 회복하고 퇴원한 할아버지는 아들이 말리는 것도 뿌리치고 다시 철길의 흔적을 찾아 들판으로 나간다. 그곳에서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 나와 꼬마열차를 타는 소녀를 보게 된다. 머리를 곱게 땋은 소녀는 바로 은방울꽃 향기가 나는 아이의 누나였던 것이다. 꼬마열차에 태워진 채 위안부로 끌려가는 소녀의 모습과, 소녀를 태운 채 떠난 꼬마열차 뒤를 쫓아 달리며 울부짖는 아이를 보게 된 할아버지는 슬픔과 분노로 눈물을 쏟고 만다. 

시간이 갈수록 할아버지는 점점 기력을 잃고 기억력도 약해져 가지만 어김없이 들판으로 나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이와 아이의 누나를 만났듯이 지옥섬이라고 불리는 일본 하시마 섬 탄광에 강제 노역으로 끌려간 아이의 아버지 소식과, 가족을 기다리다 병들어 죽은 아이의 엄마 소식을 듣게 된다. 

할아버지가 들판에 나가서 철길의 흔적을 걸을 때는 어김없이 아이가 나타난다. 그 아이가 겪는 슬픔과 아픔들은 사실 할아버지가 어린 시절 겪어야 했던 슬픔과 아픔이다. 바로 그 아이가 할아버지의 어릴 적 모습인 것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가 보이지 않지만, 할아버지는 더 이상 아이를 기다리지 않는다. 아이에 대한 기억마저 남아 있지 않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언제나처럼 들판 철길의 흔적을 따라 걷거나 샛강 언덕에 앉아 있곤 한다. 그곳에서 할아버지가 기다리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야기를 읽어 나갈수록 일제 강점기 때 한 소년과 그의 가족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슬픔이 가슴 저리게 다가온다. 또한 소년의 경험을 통해 일본에게 나라를 잃고 핍박을 받으며 지낸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알게 된다. 할아버지가 아이 때 겪은 일들은 많은 시간이 흘러 기억조차 가물가물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일제 강점기 때의 수난사를 판타지 기법으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풀어낸 이 동화는 어린이들이 우리의 아픈 역사를 마음으로 느끼고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조선인의 도움으로 매몰된 갱도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일본 관리자 노무라의 편지는 진정한 용서와 화해는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 뒤에 이루어진다는 것도 작가는 놓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깨워 주고 있다. 다가오는 2019년은 ‘3·1 만세 운동’과 ‘상해 임시정부’를 세운 지 꼭 백 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권 의식을 갖고 주권을 회복하고자 몸으로 일제의 억압에 저항한 덕분에 지금 우리나라는 번영을 이룬 자주 독립 국가로 존재하게 되었다. 이렇듯 뜻깊은 해에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역사의 참의미와 일본의 과거 잘못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우리가 어떤 마음과 자세로 역사를 기억하고 마주 대해야 하는지 중요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 작가의 말

 

꼬마열차는 우리가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될 가슴 아픈 역사와 상처를 품고 달린 적도 있었답니다. 일제 강점기때 일본이 우리나라를 손쉽게 침탈하려고 급하게 놓은 수인선을 달린 꼬마열차는 강제 징용과 식량 자원 수탈, 그리고 위안부 소녀들을 끌고 가는 교통수단이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요. 꼬마열차가 추억 속으로 사라졌듯이 사람들도 우리의 아픈 역사를 점점 잊어 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고 역사를 잊어 가는 나라는 결코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없어요. 역사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전 꼬마열차를 타고 가면서 꼬마열차에게 약속을 했답니다. 언젠가는 꼬마열차의 아픈 역사 이야기를 꼭 동화로 쓰겠다고요. 이제야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일제 강점기 우리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고 떠났던 꼬마열차지만 언젠가는 우리에게 희망과 꿈의 열차가 되어 돌아올 거라 믿어요. 그때까지 우리 기억하기로 해요. 우리의 아픈 역사를 말이에요.

 

■ 본문 맛보기

 

얼마 뒤 군인들이 마을에서 여자아이들을 끌고 나와 할아버지가 있는 곳을 지나쳐 갔다. 여자아이들은 가슴에 보따리를 끌어안은 채 다들 울먹이며 겁에 질려 있었다.

머리를 곱게 땋은 한 여자아이가 마치 도와 달라는 듯 애처롭게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은방울꽃 향기가 나던 아이의 누나였다.

순간 할아버지는 군인들을 가로막고 소리를 치고 싶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발바닥이 땅에 붙어 버린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고, 목소리까지 나오지 않았다.

‘이놈들! 이 천하에 둘도 없는 몹쓸 놈들!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수없이 외치고 또 외쳤지만 가슴속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이상하게도 군인들이 지나가고 나서야 발이 떼어지고 입이 열렸다.

“이놈들아!”

할아버지는 소리치며 곧바로 군인들을 뒤쫓았다. 하지만 불편한 걸음걸이 탓에 자꾸만 뒤처졌다. 군인들도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열차가 있는 곳까지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할아버지는 꼬마열차에 탄 아이의 누나가 창문으로 보였다. 아이의 누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마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는 사람처럼. 할아버지는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남자아이들이 물놀이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꼬마열차는 여자아이들을 싣고 떠났다.

할아버지는 열차가 사라진 지평선을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얼마 뒤였다. 아이가 울면서 들판으로 달려 나왔다. 아이는 꼬마열차가 사라진 지평선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지평선 자락에서 아이의 울부짖음이 들렸다.

“누나!”

아이의 외침은 메아리도 없이 후덥지근한 여름 저녁 들판 무거운 공기 속으로 흩어져 버렸다.

어둠이 내려앉은 샛강에 파란빛들이 날아다녔다. 수많은 반딧불이가 밤하늘의 별처럼 샛강에 수를 놓았다. 아이의 눈동자에도 반딧불 반짝거리는 샛강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본문 45~47쪽)

 

 

■ 미리 보기


 

 

■ 작가 소개

 

지은이 박경태

전라남도 함평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려서부터 작가의 꿈을 꾸다가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어느 날 동화가 너무 좋아서 ‘계몽사 아동문학상’과 ‘MBC 창작동화 대상’을 받으며 동화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펴낸 동화책으로 《도깨비 학교》 《엄마 내 생각도 물어 줘!》 《첫눈 오는 날의 약속》 《갯벌》 《사슴이 사는 섬》 《더 이상은 못 참아!》 《시뿌의 낡은 수첩》 등이 있고, 그림책으로 《가을빛 동강》 《겨울 손님》 《개양할미》 등이 있습니다. 

 

그린이 오승민

2001년부터 지금까지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못생긴 아기 오리》는 브라티슬라바에서 전시되었고, 《꼭꼭 숨어라》로 국제 노마 콩쿠르에서 가작을 수상했습니다. 《아깨비의 노래》와 함께 볼로냐 한국관 작가에 선정되었습니다. 백여 권의 책에 그림을 그렸으며, 그중에 《벽이》 《멋져 부러 세발자전거》 《우주 호텔》 《1학년 동시 교실》의 일부는 초등 교과서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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