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막바지 무렵, 세상에 흩어진 우리말을 모아라!

[우리말 모으기 대작전 말모이]

 


 

“대체 왜 조선말 하나 마음 놓고 쓰지 못하냐고! 

이게 다 나라를 빼앗겨서 그런 거야.”

 

“주시경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어. ‘나라말과 글을 잃으면 민족이 망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려고 어디든 마다 않고 가셨던 거야. 

그래서 말인데….”

형은 조금 뜸을 들인 뒤 말을 이었다.

“너희, 주시경 선생님이 시작하신 비밀 작전 함께해 볼래?”

 

우리말과 글의 사용이 완전 금지되었던 일제 강점기의 막바지 무렵! 

세상에 흩어진 우리말을 모으는 ‘말모이 대작전’이 은밀하게 펼쳐진다.

 

 

■ 이 책의 특징 

 

우리도 독립운동가! : 총으로만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건 아니다

지난 9월 30일, 2개월여에 걸쳐 TV에서 방영되었던 <미스터 션사인>이라는 드라마가 종영되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기 몇 해 전을 배경으로 ‘의병’의 이야기를 펼쳐 보겠다는 포부를 밝힌 이 드라마는 초반에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리며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막상 막을 내리고 난 뒤에는 온라인상에 찬사 일색의 댓글이 연이어 달리고 있다. 

왜냐고? 남녀노소는 물론, 신분과도 상관없이 모두가 ‘(아무개) 의병’이 되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나섰다가 장렬히 목숨을 잃어 가는 과정이 가슴 뭉클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나보다, 내 가족보다 더 소중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미소를 지으며 기꺼이 목숨을 내던지는 민중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한없이 먹먹하게 만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불운한 시기에 나라를 지키려는 노력은 드라마에서처럼 분연히 떨치고 일어난 의병들만이 한 일일까? 천만에! 그렇지 않다. 나라를 지키는 일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주되어 나타났다. 누군가는 강습소를 열어 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쳤고, 누군가는 살림살이의 규모를 줄여 독립 자금을 대었으며, 또 누군가는 일제의 만행으로 무고하게 다친 사람들을 치료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힘쓴 사람들이 곳곳에 아주 많이 있다. 

그 가운데서 《우리말 모으기 대작전, 말모이》는 일제 강점기의 음험하고 혹독한 시절에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힘쓴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슴 찡하게 담아내고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 민족 말살 정책으로 우리말과 글의 사용을 금지하다! 

한솔이는 아버지한테 불만이 아주 많다. 엄마 혼자 뼈 빠지게 삯바느질을 해서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하고 사는데 아버지는 몇 날 며칠 코빼기도 안 비치는 데다, 집 앞에는 맨날 수상한 아저씨가 얼쩡거리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얼마 전에 감옥살이까지 하고 나왔는데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서 자꾸만 불안한 마음이 든다. 

새 학년을 맞아 절친 만식이와 장난을 치며 교실에 들어서다가, 한솔이는 앞으로 조선어 수업이 없어지고 일본어 수업이 늘어난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것도 모자라 일상생활에서도 조선말을 쓰면 안 된다나? 배워도 배워도 일본어가 늘지 않는 한솔이는 깊은 시름에 잠긴다. 

그때 마침 순사 아들 강석태가 시끄럽다고 소리를 치는 바람에 욱해 버린 나머지, 입씨름을 벌이다 주먹질을 하고 만다. 교실에서 강석태와 한바탕 주먹다짐을 하던 참에 학교에서 악질이라고 소문난 밥도깨비 선생님이 들어서면서 딱 걸리고 마는데……. 밥도깨비 선생님은 강석태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솔이만 벌을 세운다.   

그러던 어느 날, 한솔이와 만식이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장터 골목에서 만식이 아버지를 무자비하게 발길질하는 강석태 아버지를 보게 된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강석태는 아버지의 허리춤을 붙잡아 발길질을 멈추게 한다. 그 전까지 우상으로 여겼던 아버지의 행동에 크게 충격을 받은  강석태는 그날 이후로 기가 한풀 꺾인 모습을 보인다. 

일본의 신민으로서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황국 신민 서사를 외우는 시간, 한솔이는 늘 헷갈리는 부분에서 어김없이 한 음절을 틀리고 만다. 천황을 모독했다는 이유를 들며 밥도깨비 선생님이 범인(?)을 색출하려 들면서 교실에 찬바람이 쌩쌩 분다. 한솔이가 밥도깨비 선생님의 눈밖에 나는 것이 걱정된 만식이가 대신 손을 들고 종아리가 시뻘게지도록 매를 맞는다. 심지어 다음 날에는 복도에서 조선말을 쓰다가 밥도깨비 선생님한테 걸리는 바람에 한솔이와 만식이는 서로의 뺨을 무자비하게 때리는 벌을 받게 된다. 

학교생활이 지옥처럼 견디기 힘들어진 한솔이와 만식이는 쑥개천에 가서 나라 잃은 설움을 푸념처럼 늘어놓고, 그 소리를 들은 고등학생 수현이 형이 나라를 구하기 위한 비밀 작전에 동참할 것을 권유한다. 바로 세상에 흩어진 우리말을 모으는 것! 조선말을 쓰는 것조차 금지된 세상에서 비밀리에 그 일을 한다는 건 섶을 지고 불길로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솔이와 만식이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우리말을 모으는 일에 함께하기로 한다. 바야흐로 ‘말모이 대작전’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세상에 흩어진 우리말을 모으자! : 말모이 대작전

우리나라는 1910년 8월 29일에 일제에 주권을 빼앗긴 후 무려 35년 동안 지배를 받았다. 아시아의 최강국을 꿈꾸었던 일제는 우리나라를 완벽하게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경제적 침탈과 함께 우민화 정책, 민족 말살 정책을 실시했다. 그 가운데 하나로, 우리 민족의 얼과 고유성을 말살하기 위해 우리말과 글을 쓰지 못하게 한 것이다.

‘말모이 대작전’은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한 밑거름으로, 일제의 민족 말살 정책에 반기를 든 운동이다. 여기서 ‘말모이’는 ‘말을 모으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말모이 대작전’은 ‘우리 말과 글이 사라지면 겨레의 얼이 사라진다.’고 생각해 한글을 지키고 연구하고 널리 퍼뜨리는 데 평생을 바쳤던 주시경 선생님이 맨 처음 시작했다.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제자들이 그 뜻을 받들어 조선 어학회를 만든 뒤 전국적으로 비밀리에 펼쳐 나간다.  

많은 사람들이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말모이 대작전’을 감행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자신들이 주고받는 말이나 주변에서 들은 말을 꼼꼼히 적어 두었다가 몰래 조선어 학회로 보내곤 했다. 우리말을 아예 쓰지 못하게 하던 시절에 우리말 사전을 만들려고 했으니……. 일제 입장에서는 조선어 학회가 눈엣가시였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일제는 ‘조선어 학회 사건’을 일으키고 만다. 기차에서 우리말을 썼다는 이유로 여학생 한 명을 붙잡아 간 뒤, 그 여학생의 일기장을 꼬투리 삼아 조선어 학회 회원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 그 일로 33명의 회원들이 잡혀 가 감옥살이를 하기도 하고, 또 모진 고문에 시달리다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 한솔이 아버지 이윤재가 일본 경찰에 잡혀가 모진 고문을 당하다가 끝내 목숨을 잃는 장면은 ‘조선 어학회 사건’을 모델로 한 것이다.  

이렇듯 《우리말 모으기 대작전, 말모이》는 바로 그 살벌하고 엄혹한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제의 탄압이 극에 달했던 1930년대 후반, 학교에서 조선어 수업이 아예 없어지고, 일상생활에서조차 우리말을 쓰지 못하게 하던 시절에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걸고 맞섰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날이 변질되고 있는 우리말을 살려 내자 : 다시 ‘우리말’ 지키기   

그 시대를 살아갔던 한솔이와 만식이, 석태 같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일제의 탄압을 그리고 있어서 그 어떤 어른들의 항변보다 더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불운한 시대이니만큼 저마다 처한 환경은 첨예하게 달랐지만, 나라를 되찾고자 하는 마음은 똑같았던 그 아이들의 진심을 행간행간마다에서 가슴 찡하게 만날 수 있다. 

밥도깨비 선생님으로 대표되는 일본인 교사의 잔악하고 폭력적인 말과 행동은 마치 그 시대로 돌아가 그 교실에 앉아 있기라고 한 듯 온몸이 바르르 떨리는 전율과 함께 매섭도록 생생하게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무엇보다 《우리말 모으기 대작전, 말모이》는 비록 80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그 아픈 역사를 바탕으로 오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는 진리 아닌 진리를 강력하면서도 은밀하게 일깨운다.  

특히나 간편하다는 이유로 기준 없이 줄여 쓰는 ‘줄임말’과 정체 모를 ‘외계어’, 그리고 맞춤법을 무시한 채 소리나는 대로만 적는 ‘맞춤법 파괴’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요즘, 언어 순화 차원에서도 ‘우리말’에 대해 곰곰이 되짚어 봐야 할 시점이다. 아이들끼리 주고받는 말에서뿐만 아니라, TV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에서마저도 공공연히 맞춤법을 파괴하고 있어서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언어 습관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육천여 가지 언어 가운데 고유한 사전을 가지고 있는 언어는 이십여 가지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우리말, 즉 ‘한국어’이다. 이 말을 지키기 위해 일제 강점기 시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문을 당하고 목숨을 잃고 또 일제의 끔찍한 위협 속에서 마음을 모았는지, 《우리말 모으기 대작전, 말모이》를 통해 다시금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내용 소개 

 

수상한 남자

한솔이는 아버지한테 불만이 아주 많다. 엄마 혼자 뼈 빠지게 삯바느질을 해서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하고 사는데 아버지는 몇 날 며칠 코빼기도 안 비치는 데다, 집 앞에는 맨날 수상한 아저씨가 얼쩡거리기 때문이다.

 

아버지 때문에 정말 못 살겠다. 아버지는 집안 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곱만큼도 관심 없다. 집에 안 들어오는 날도 수두룩하다. 맨날 책이나 보고, 폼만 잔뜩 잡고, 이상한 사람들이랑 어울려 다닌다. 그러다 얼마 전에 감옥살이까지 하고 나왔다. 엄마는 뭔가 오해가 있어 아버지가 잠깐 감옥에 갔다 온 거라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죄 없는 사람이 잡혀갔을 리 없었다.

‘아버지가 또 붙잡혀 가면 어쩌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했다. 한 발 잘못 디디면 아래로 풍덩 빠질 것 같았다. 수상한 남자가 나타난 뒤로 그런 두려움은 더 커져만 갔다.

“엄마가 그렇게 무르니까 아버지가 정신을 못 차리는 거야!”

나는 세숫대야를 발로 뻥 차 버리고 밖으로 나왔다. 불안한 마음을 괜히 엄마한테 풀었다.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11쪽에서

 

조선말 쓰면 안 된다고?

새 학년을 맞아 절친 만식이와 장난을 치며 교실에 들어서다가, 한솔이는 앞으로 조선어 수업이 없어지고 일본어 수업이 늘어난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것도 모자라 일상생활에서도 조선말을 쓰면 안 된다나? 배워도 배워도 일본어가 늘지 않는 한솔이는 깊은 시름에 잠긴다. 그때 마침 순사 아들 강석태가 시끄럽다고 소리를 치는 바람에 욱해 버린 나머지, 입씨름을 벌이다 주먹질을 하고 만다. 

 

“조용히 좀 해! 시끄러워서 책을 볼 수 없잖아.”

교실에 들어서니 강석태가 인상을 팍 쓰며 교탁 앞에 나와 소리치고 있었다. 공부 시간도 아닌데 마음 놓고 떠들지도 못하게 하다니. 자기가 무슨 대장이라도 된 양 설치는 꼴이 아니꼬웠다. 교실 뒤쪽에서 장난치던 아이들 서넛이 강석태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자리에 앉았다.

‘우리는 힘이 없으니까 힘센 사람이 하라는 대로 하는 거지.’

조금 전 만식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가슴속에서 뭔가가 불쑥 올라왔다. 나도 모르게 입이 움직였다.

“쳇, 아버지가 순사라고 더럽게 거들먹거리네. 그래 봤자 일본 순사 꽁무니나 졸졸 쫓아다니면서 사람들 괴롭…….”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얼굴로 주먹이 날아왔다. 눈앞에 별이 번쩍했다. 강석태였다. 녀석은 씩씩대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내 앞에 서 있었다. 코에서 뭔가 뜨끈한 것이 흘러내렸다.

“에잇, 피잖아!”

참을 수 없었다. 나도 강석태에게 주먹을 날렸다. 나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강석태가 그대로 교실 바닥으로 쓰러졌다.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와 싸움을 뜯어 말렸다. 만식이도 얼른 다가와 내 팔을 잡았다. 만식이 팔을 뿌리치고 강석태 배 위에 올라타 또 한 번 힘껏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강석태가 바로 내 멱살을 꽉 틀어잡더니 금세 나를 바닥에 눕혔다. 강석태는 내 목을 누르며 주먹을 머리 위로 홱 쳐들었다.

그때, ‘애애애애앵!’ 귀를 찢는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18~19쪽에서 

 

재수 옴 붙은 날

한솔이와 만식이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장터 골목에서 만식이 아버지를 무자비하게 발길질하는 강석태 아버지를 보게 된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강석태는 아버지의 허리춤을 붙잡아 발길질을 멈추게 한다.  

 

저만치 앞에 일본 순사 한 무리가 걸어가고 있었다. 맨 꽁무니에 강석태 아버지가 졸졸 쫓아가는 게 보였다.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지난번 내 얼굴에 주먹을 날리던 강석태 얼굴이 떠올라 화가 치밀었다.

“에잇, 오늘 재수 옴 붙었다!”

나는 땅에 침을 탁 뱉었다. 다른 길로 가려고 뒤돌아서는 순간, 누군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무슨 이야기를 쑥덕대고 있었냐니까!”

장터 공기가 순식간에 싸해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강석태 아버지, 시바타 순사였다. 다른 일본 순사들은 강석태 아버지를 보고 피식 웃더니 저만치 멀어져 갔다.

강석태 아버지는 얼핏 보기에도 단단히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발을 쾅쾅 구르고 연신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 댔다. 강석태 아버지 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만식이 아버지였다.

만식이 아버지는 동네 아저씨 세 명과 함께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만식이가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렸다.

“무슨 작당들을 하고 있었기에 우리를 보자마자 말을 뚝 멈췄냐고!”

강석태 아버지가 이렇게 소리친 것과 동시에 구둣발을 높이 들더니, 만식이 아버지 배를 ‘퍽’ 찼다. 만식이 아버지가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강석태 아버지는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또다시 구둣발을 높이 치켜들어 쓰러진 만식이 아버지 등을 사정없이 밟았다. -34~35쪽에서 

 

비밀 작전

학교생활이 지옥처럼 견디기 힘들어진 한솔이와 만식이는 쑥개천에 가서 나라 잃은 설움을 푸념처럼 늘어놓고, 그 소리를 들은 대학생 수현이 형이 나라를 구하기 위한 비밀 작전에 동참할 것을 권유한다. 바로 세상에 흩어진 우리말을 모으는 것!  

 

“에계, 비밀 작전이란 게 겨우 우리말을 모으는 거야?”

정말 엄청난 작전을 기대했는데 기운이 쭉 빠졌다. 어쩐지 이름부터 이상하더라니. 수현이 형이 잔뜩 실망한 내 표정을 보더니 힘주어 말했다.

“그래야 우리말을 지킬 수 있어.”

“어휴, 지금 그까짓 게 중요해? 그런 거 할 생각 말고 대포도 만들고 총도 만들고 해야지! 그래야 일본 놈들하고 싸워서 이길 거 아니야!”

“흠……. 한솔아, 너 혹시 일본이 왜 우리말을 못 쓰게 하는지 생각해 본 적 있니?”

형이 갑자기 엉뚱한 걸 물었다. 이제껏 나는 우리말을 못 쓰는 걸 답답하게만 여겼지, 일본이 왜 우리말을 못 쓰게 하는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나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눈만 슴벅이며 형을 바라보았다.

“그건 말에 곧 그 민족의 얼이 담겨 있기 때문이야. 우리말에는 곧 우리 조선인의 얼이 담겨 있어. 일본이 우리말을 못 쓰게 하는 것도 우리 조선인을 뼛속까지 자기네 신민으로 만들기 위해서야. 그래서 주시경 선생님도 ‘나라말과 글을 잃으면 민족이 망한다.’고 일찍부터 걱정하셨던 거지.” -57쪽에서

 

 

■ 작가 소개 

 

지은이 : 백혜영

경희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미디어 전문지와 어린이 잡지에서 기자로 일했어요. 어린이책작가교실에서 동화 창작을 배웠고, 제34회 마로니에 전국 여성 백일장에서 단편 동화 <슈퍼 백돼지>로 아동 문학 부문 장원을 받아 등단했답니다. 평생 동화 작가로 살고 싶다는 꿈을 꾸면서 오늘도 즐겁게 동화를 쓰고 있지요.

 

그린이 : 신민재

홍익대학교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회화와 디자인을 전공한 뒤,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에서 그림책을 공부했어요. 그린 책으로 《처음 가진 열쇠》 《가을이네 장 담그기》 《요란요란 푸른 아파트》 《또 잘못 뽑은 반장》 《영웅이도 영웅이 필요해》 《잘못 걸린 짝》 《안녕, 외톨이》 《너, 서연이 알아?》 외 여러 권이 있답니다.

 

 

■ 차례 

 

수상한 남자  

조선말 쓰면 안 된다고?  

재수 옴 붙은 날  

그깟 천황 폐하가 뭐라고! 

비밀 작전  

마음에 든 피멍  

발각  

땅따먹기 한판  

쪼끄만 게 독립운동을 해?  

불타 버린 우리말  

설마 아버지가? 

거적때기에 싸인 남자  

마지막 편지  

다시 시작된 비밀 작전  

이름 모를 수많은 별회

 

작가의 말

《독립신문을 읽는 아이들》 제대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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